화투 패와 장부가 놓인 낮은 상 앞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시미즈 지로초의 1880년대 사진

1880년대 시미즈 항구 · 화투 장부

승부판마다 패를 물으러 찾던
시미즈 지로초의 화투 장부

이번 판에 걸지 접을지, 패 다섯 장으로 단박에 갈랐습니다.

막부 말, 스루가국 시미즈 항구.

쌀집 지로하치의 양자 조고로를

사람들은 지로초라 불렀습니다.

어린 날, 떠돌이 중이 그에게

스물다섯을 못 넘긴다고 했다고 합니다.

그는 남은 날을 노름판과 떠돌이 길에 걸었고,

일흔셋까지 살았습니다.

1868년, 패한 쪽 군함의 수병들이

시미즈 바다에 떠올랐을 때,

누구도 손대지 못한 주검을

그가 거두어 묻었습니다.

「죽은 사람에게 편은 없다」고 했다고 전합니다.

밤의 시미즈 항구 부두, 등불 켜진 방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의 1880년대 사진

회사, 버틸까 나갈까 밤새 재는 사람,

시험이든 자리든, 이번엔 붙을지 묻고 싶은 사람,

믿던 사람이 흔들리는 걸 본 사람,

이번 판을 접어야 하나 버텨야 하나 묻고 싶은 사람.

여기부터는 이 장부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.

그는 판에서 듣기 좋은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.

점은 들었고, 판은 자기가 짰습니다.

패를 다 보고 나면 그는 한마디만 했습니다.

  1. “광이다.”
  2. “띠다.”
  3. “피다.”

찾아온 손님이 직접 패 다섯 장을 떼게 했습니다.

앞의 네 장으로는 지금 쥔 패와 움직일 달을 짚고,

마지막 다섯째 장으로는

다 이긴 판을 뒤집을 변수를 가려냈습니다.

“점은 듣고, 판은 네가 짜.”

1893년 여름, 그는 시미즈에서

일흔셋으로 눈을 감았습니다.

찾아온 사람들의 승부판은 수없이 짚어 주면서도,

듣기 좋은 빈말은 한 줄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.

남은 건 화투 장부 한 권.

걸었던 판과 접었던 판이 그 뒤 어떻게 끝났는지까지

적혀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