줄리의 카드 장부SHANGHAI · 1930–1937
1930년대 상하이, 프랑스 조계.
오동나무 가로수 길 안쪽, 간판 없는 살롱에
줄리라는 술사가 앉아 있었습니다.
소식이 끊긴 사람을 기다리는 이도,
끝난 인연을 못 놓은 이도 밤이면 그 탁자 앞에 앉았습니다.
줄리는 손님의 생시를 받아 적어 두고
그 위에 카드 석 장을 겹쳐 놓았습니다.
카드가 다 놓이면 말은 길지 않았습니다.
“올해 손님의 사랑은 이어져요.”
“올해 손님의 사랑은 아직 묶여 있어요.”
“올해 손님의 사랑은 끝났어요.”
그 세 마디 중 하나와, 움직일 달 하나만 일러 주었습니다.
1937년 8월, 포성이 조계 담장까지 닿던 밤
줄리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.
살롱 서랍엔 카드 한 벌과 장부 한 권이 남았습니다.
장부 마지막 장엔 석 장 자리만 비어 있습니다.
*주의
끝난 사랑은
끝났다고 적어요.
줄리의 카드 장부는 손님의 타고난 때와 카드 석 장이 맞물리는 자리를 있는 그대로 짚어요.
돌아올 사람은 돌아온다고, 안 올 사람은 안 온다고 적어요. 듣고 싶은 말을 정해 두고 왔다면 여기서 장부를 덮어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