산가지를 가슴에 쥔 기생 소월의 1960년대 사진

1960년대 서울 성북동 · 마지막 장부

노래보다 사주로 찾던
성북동 소월의 짝셈

두 사람의 생시를 나란히 놓고, 인연의 끝을 단 한마디로 갈랐습니다.

서울 성북동, 산자락 아래 큰 요정에

소월이라는 기생이 있었습니다.

본명 윤정숙, 1947년생.

손님들이 소월을 찾은 건

노래보다 사주 때문이었습니다.

술자리가 끝나면 소월은

두 사람의 생시를 받아 적고

산가지를 두 줄로 나란히 놓았습니다.

맞선을 보고 온 사람,

혼삿날을 앞둔 사람,

떠난 사람을 못 잊은 사람.

밤이 깊으면 그 방 앞에 줄이 섰습니다.

산가지를 다 세고 나면

소월은 빈말로 달래지 않았습니다.

장부 끝에 적히는 판정은 셋뿐이었습니다.

“기다리세요. 그쪽에서 먼저 찾아와요.”

“지금 먼저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끊겨요.”

“더 기다리지 마세요. 이 인연은 끝났어요.”

이어질 인연에는 움직일 달을 짚어 주었고,

다한 인연에는 미련 없이 장부를 덮었습니다.

1972년 겨울, 소월은

스물다섯에 세상을 떠났습니다.

남의 셈은 다 세면서

제 사주만큼은 끝내 세어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.

남은 건 장부 한 권.

두 사람이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까지

적혀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