등불 걸린 낙양 궁전에서 사람들이 주사위 셋이 떨어진 낮은 탁자를 둘러싼 당나라 채색화

명

명숭엄의
수판 장부

큰돈, 한 번은 올 거라 믿는가.
주사위 셋이면 그대 수판이 보이네.

수판은 돈을 셈하는 판일세.

  • 큰돈이 한 번은 올 거라 믿는 사람,
  • 넣을지 뺄지, 팔지 살지 밤새 망설이는 사람,
  • 판을 키울 때인지 접을 때인지 묻고 싶은 사람.
  1. 첫째 판

    당나라 고종 때, 동쪽 서울 낙양

    명숭엄은
    황제와 황후가 곁에 둔 도사였습니다.

    붉은 도포에 화려한 관을 쓴 도사 명숭엄이 검은 칠 탁자 위 주사위 셋을 손가락으로 짚고, 뒤에서 관리들이 놀란 눈으로 들여다보는 당나라 채색화
  2. 둘째 판

    그가 귀신을 부린다는 말이 궁 안에 돌았고,
    황제는 그에게 벼슬을 내려 곁에 두었습니다.

    후대 이야기에는, 그가 도박판에서 일반 주사위를 던지면
    부른 수가 그대로 나왔다고 합니다.

    그러나 남의 운세를 점칠 때는 달랐습니다.
    그만의 재물 목주 주사위 세 개를 내어 직접 던지게 했습니다.

  3. 셋째 판

    숫자 대신 다양한 문양이 담긴 목주였습니다.
    수판 장부에는 던진 문양, 그해의 수, 움직일 때 세 줄만 적었습니다.

  4. 넷째 판

    그는 황제 앞에서도 태자의 그릇을
    듣기 좋게 말하지 않았습니다.

    그 말이 그를 죽였다는 의심이 남았을 만큼.

    그가 판 위에 내리는 말은 셋뿐이었습니다.

    • “큰 수일세.”
    • “반 수일세.”
    • “빈 수일세.”
  5. 679년, 그는 밤길에 도적의 칼에 쓰러졌고
   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.

    그가 남긴 수판 장부의 마지막 장에는
    주사위 세 개의 자리만 그려진 채, 비어 있습니다.

    “그 세 자리, 오늘은
    그대 손이 채우게.”